수원대형로펌 도심의 탁한 공기를 뒤로하고 작은 산길을 따라 걷는다. 계곡과 숲, 연못이 교차하는 풍경 속에서 시간의 층위가 겹쳐지는 느낌이 든다. 경기 양평 산골에 새로 문을 연 ‘메덩골정원’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사유의 공간이다. 제한된 인원만 입장할 수 있어 늘 한적한 산책이 가능하다.
한국적 삶의 풍류, 정원에 담다
메덩골정원의 첫 장을 여는 ‘한국정원’은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로 흔적이 희미해진 전통 정원의 맥을 되살린 공간이다. 전남 강진의 백운동 별서정원, 안동 병산서원, 경주의 소나무 숲을 모티브로 삼고, ‘민초의 삶’ ‘선비의 풍류’ ‘한국인의 정신’이라는 세 가지 서사를 입혔다.
‘민초들의 삶’을 담은 구간은 소박하지만 생동감이 있다. 봄에 복숭아꽃과 살구꽃이 피어난 길을 걷다 보면 한 폭의 풍속화 속 장면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영화 <서편제> 속 남도길에서 영감을 받은 돌담길에는 벼, 대파 등 익숙한 농작물이 정원수처럼 심어져 자연과 인간의 삶이 맞닿은 풍경을 완성한다.
‘선비의 풍류’ 구간은 시와 그림, 음악으로 삶을 채운 선비들의 세계에서 영감을 얻었다. 예술을 담는 공간이라는 뜻의 재예당에서는 작은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거대한 원주암 하나만 놓인 마당은 비워둔 여백이 무대가 되어 절제된 아름다움과 정원의 개방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정원의 정점인 ‘선곡서원’은 한국인의 정신을 주제로, 학문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했던 유생들의 정신이 봉황으로 승화돼 날아오르는 모습을 표현했다.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현대적 건물과 연못 ‘옥연’이 어우러져 차분한 울림을 전한다.
현대사의 격동, 인문학의 향연
현대정원 구역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약 1만5000평 규모인 이곳은 2026년 완공 예정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드러난 구조물과 스토리텔링만으로도 이미 풍경의 완성을 상상할 수 있다.
‘한국 현대사 정원’은 돌, 철골, 바위, 숲을 통해 전쟁과 산업화, 민주화의 기억을 형상화한다. 폐허를 닮은 돌 곁에 피어난 강렬한 색채의 꽃과 단정히 뻗은 소나무 숲은 인간의 도전과 불굴의 집념을 상징한다.
반대편 ‘세계 인문학 정원’은 철학과 문학의 사상을 정원의 언어로 풀어냈다. 이 중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를 주제로 한 ‘여정’ 정원은 원형 파빌리온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붉은 통대리석으로 만든 8단 구조물이 서 있고, 그 둘레를 장미 언덕이 원형으로 감싸고 있다.
8단은 어린 왕자가 여행하며 만났던 여덟 개의 행성을 상징한다. 정원 속 건축물도 눈길을 끈다. 프랑스 조경가와 스페인 건축가가 설계한 ‘비지터센터 디오니소스’는 기둥 없이 들어서는 500평 규모 공간으로, 곡선 지붕이 마치 춤추듯 공간을 휘감는다.
메덩골정원은 하루 세 차례 무료 도슨트 투어를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이며, 입장료는 성인 5만원, 어린이 2만5000원.
여수·순천 10·19사건과 관련해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 2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2021년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이후 정부의 유골 발굴이 시작된 이후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5일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이하 위원회)에 따르면 전남 담양군 대덕면 옥천약수터에서 발굴된 유해 26구 가운데 2구의 신원이 확인됐다.
위원회는 담양 옥천약수터에서 발굴 조사를 진행해 지난해 2월 26구의 유해와 탄피, 고무신 등 109점의 유류품을 수습했다. 발굴된 유해에 대한 여순사건 희생자 유가족과의 유전자를 대조해 2명의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이곳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구례지역에서 예비검속을 통해 연행된 국민보도연맹원이 집단 학살된 곳으로 지목됐던 곳이다. 1950년 7월14일 구례경찰은 연행한 주민들을 화물차 2대에 싣고 광주교도소로 이송하던 중, 담양 옥천약수터에서 학살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여수에 주둔하고 있는 국군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정부의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사건이다. 1955년 지리산 입산 금지가 해제될 때까지 전남과 전북, 경상남도 일부 지역에서 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당했다.
위원회는 광양 매티재에서도 지난해 유해 발굴을 진행해 9구의 유해와 탄피, 고무신 등 46점의 유류품을 발견했다. 위원회는 구례와 광양, 경남 하동 지역 유가족 94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지만 추가 희생자 신원은 파악하지 못했다.
위원회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는 지속해서 유족 채혈을 통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다. 또 오는 11월 구례 차독골에서 유해를 추가 발굴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앞으로도 유족의 한을 풀어주고 과거와 화해 및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발생한 전차 탈선사고로 한국인 2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머나먼 땅에서 들려온 비보에 비통함을 감출 길이 없다”며 “모든 필요한 모든 책임과 조치를 다 하겠다”고 5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깊은 애도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 대통령은 “리스본 전차 탈선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우리 국민과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큰 슬픔과 충격에 빠져 계실 유가족분들과 포르투갈 국민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어디에 계시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아픔을 보듬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며 “주포르투갈 대사관은 사고 직후 즉시 대책반을 구성했고 대사가 현장에서 직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정부는 포르투갈 총리께 애도를 표하고, 우리 국민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언제나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모든 필요한 책임과 모든 책임과 조치를 다 하겠다”며 “포르투갈 정부 및 국민들과 이번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길 희망한다는 연대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앞서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지상 케이블 전차인 푸니쿨라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2명을 포함한 16명이 사망했다. 또 다른 한국인 1명은 중상을 입어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외교부가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