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잡히고 거칠어진 투박한 엄마의 손에서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어났다. 어린 시절 내가 아플 때마다 ‘엄마 손은 약손이다’라며 배를 쓰다듬어 주던 그 손이다. 연례행사처럼 띄엄띄엄 찾는 고향 집 밥상에는 변함없이 엄마의 손맛이 가득했다. 짙은 주름과 거친 손마디에도 엄마의 손맛은 오히려 더 깊고 진하다.엄마는 손이 참 작고 예뻤다. 그런 손을 보며 사람들은 ‘손이 크고 빠르다’며 음식을 맛깔스럽게 준비하는 엄마의 빠른 손놀림에 놀라곤 했다. 예로부터 우리는 손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의미를 표현해 왔다. 음식을 푸짐하고 맛나게 만드는 솜씨를 가리켜 ‘손이 크다’고 말하고, 일을 능숙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사람에게 ‘손이 빠르다’는 칭찬을 건넨다. 손은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능력과 솜씨, 심지어 마음까지 담아내는 특별한 단어다.최근 뛰어난 손재주나 능력을 가진 사람을 ‘금손’이라고 부르고, 반대로 서툰 사람을 ‘똥손’이라고 일컫는 표현이 나와 흥미롭다. 오랜 시간 다양한 ...
2017년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지원해온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는 축제에 불참하겠다고 밝히자 인권위 일부 직원들이 자체 부스를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29일 “거꾸로 부는 바람에도 꿋꿋이 제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을 응원한다”고 환영했다.퀴어축제조직위는 “인권위의 공식 참여 부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퀴어축제의 참여 여부를 넘어 차별과 혐오를 ‘다른 입장’이라고 포장하며 사실상 용인하는 반인권적 행태가 인권위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인권위가 퀴어축제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접한 직원들이 모여 퀴어축제 파트너십 부스 참여를 요청했고, 조직위는 이 요청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용기와 연대에 깊은 지지를 보낸다”고 했다.인권위는 오는 6월14일 열리는 제26회 퀴어축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인권위는 “퀴어축제와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가 같은 날...
“쉽게 읽혀야 좋은 글”이라는 잠언을 믿지 않는다. 때로 변명처럼 비치는 까닭이다. 이렇게 달리 표현할 수 있을 터다. 읽는 내내 어려움이 없다면 그것이 가치 있는 읽기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서 책을 음악으로 바꾸면 밴드 잔나비(사진)가 떠오른다. 잔나비는 스타다. 히트곡을 여럿 발표했고, 구름 관중이 몰린다. 그런 그들이 신보 <사운드 오브 뮤직 pt.1>을 막 공개했다. 정규작으로 치면 <환상의 나라> 이후 무려 4년 만이다.나는 <사운드 오브 뮤직 pt.1> 이전까지 잔나비 최고작이 <환상의 나라>라고 확신한다. 음반에서 잔나비가 연출한 세계는 광대하고 드높다. 일관된 콘셉트를 바탕으로 인상적인 영토를 개척한 결과물이었다. 다만, 메가 히트가 없었다. “좀 어렵다”는 독후감도 간간이 보였다. 그러나 신보에서 잔나비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그들은 음악을 일부러 대중적인 만듦새로 조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