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록 산빛이 싱그러웠던 지난해 4월, 나는 대중이 머무는 남원 실상사를 떠나 햇볕 좋은 화순의 작은 절에 자리를 잡았다. 신도가 거의 없는 이 산골 절에서 올해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했다. 비록 가난한 절이지만 소박하게 부처님 생신상을 마련하고 몇몇 불자들과 함께 그분이 이 땅에 오신 뜻을 되새겼다.올해 부처님오신날 불교계는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이라는 봉축 표어를 내걸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문구는 석가모니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를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드러낸다. 평안과 자비. 익숙한 말이지만, 인간 삶에서 이보다 더 본질적이고 소중한 가치는 드물다.문득 <법구경> 말씀이 떠오른다. “모든 생명은 죽임을 두려워하고, 모든 생명은 채찍을 두려워한다. 이 사실을 자신에게 견주어, 다른 생명을 죽이거나 때리지 말라.” 자명한 말씀이지만, 인류 역사의 그늘을 돌아보면 그 의미는 더욱 깊고 묵직하게 다가온다. 우열 경쟁과 약육강식, 독점과 패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