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순서가 있다는 말은 형용모순이다. 사랑은 저절로 싹틀뿐더러, 통제하기도 어렵다. 사랑이 순서대로 착착 이뤄지는 것이라면, 세상의 수많은 사랑 이야기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물론 사랑이 싹트는 데 순서가 있을 수 있다. 가까운 사람,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 취향이나 신념이 비슷한 사람…. 심리적·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이일수록 사랑이 싹트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종교는 이런 협소한 사랑의 개념을 타파하고자 한다. 나와 멀고 가깝고를 떠난 보편적인 인류애를, 나아가 이 지구상 생명·비생명 모두에게로 사랑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 종교적인 사랑이다.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를 오해했다. 밴스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랑의 순서’(ordo amoris)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가톨릭 신앙으로 합리화하려고 했다. “가족을 사랑하고, 그다음 이웃을 사랑하고, 그다음 나라를 사랑하라”며 가장 마지막에 ‘나’와 관계없는 세계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영국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비인도적 구호 차단과 전쟁 확대를 이유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중단키로 했다. 유럽연합(EU)도 이스라엘과의 협정 재검토에 착수했다. 석 달 가까이 이어져 온 인도적 구호 차단, ‘기드온의 전차’로 명명한 대대적 군사 작전, 제한적 구호 허용 등 이스라엘의 노골적인 가자지구 점령 의도를 지켜봐 온 유럽이 실력 행사에 나선 모양새다.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은 20일(현지시간) 하원 의회에서 “영국은 이스라엘 정부와의 새로운 FTA 협상을 중단했다. 2030 양자 로드맵에 따른 협력도 재검토할 예정”이라며 “네타냐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했다”고 밝혔다.전날 프랑스·캐나다 정상과 공동성명을 내고 대이스라엘 제재 가능성을 언급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이날 하원 연설에서 강경한 어조로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그는 “무고한 아이들이 다시 폭격을 당하는 이 상황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