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요란하게 내렸다. 마당에 심은 상추, 오이, 가지가 걱정돼 눈을 뜨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짙은 풀 냄새가 달려들었다. 지난밤에 쏟아진 게 비가 아니라 초록이었을까. 텃밭의 풀도 나무도 색이 깊어졌다. 초록은 밝기가 아니라 깊이로 말해야 하는 색이다. 광합성의 농도가 아니라 잎의 생애가 반영된 색.빗물에 떠내려온 것들을 치우러 대문 밖으로 나갔다가 이웃집 할머니 밭으로 들어가는 동네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얼마 전까지 할머니 손에 들려 있던 호미를 들고 계셨다. 아주머니는 아흔 노인이 평생 손에 쥐고 있던 호미를 내려놓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아는 듯하다. 할머니 텃밭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기 밭처럼 돌본다. 한마을에서 같은 계절과 풍경을 오래 나눈 사이란 그런 것일까. 자주 이사를 했던 내게 ‘이웃’이라는 말은 여전히 속뜻을 알 수 없는 단어다.대문 앞을 쓸다가 무심코 아주머니의 호미질을 넋 놓고 바라봤다. 보통 솜씨가 아니다. 밭에서는 별별 것이 기운...
“여러분이 없었으면 정말 허전했을 겁니다. 여러분이 데이식스 공연의 주인공이었습니다.”지난해 9월 시작된 밴드 데이식스의 월드투어 <포에버 영(FOREVER YOUNG)>이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KSPO돔에서 막을 내렸다. 화려한 무대 효과 없이도 탄탄한 보컬과 악기 연주로만 약 4시간의 무대를 꽉 채운 데이식스,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환호성과 ‘떼창’으로 보답한 팬들 모두가 공연의 주인공이었다.성진·영케이·원필·도운은 공연장 중앙에 설치된 원형 무대를 둘러싼 네 갈래 길에서 등장했다. 멤버들이 관객 사이로 손인사를 하며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첫 곡 ‘베스트 파트’부터 마이데이(데이식스 팬덤명)는 다같이 일어나 노래했다. “아따 시작부터 이래 소리 질러가지고 어떻게 할라 그라노”(성진)라고 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데이식스는 데뷔곡 ‘콩그레츄레이션스’(2015)부터 지난 7일 공개한 디지털 싱글 타이틀곡 ‘메이비 ...
공정거래위원회가 20일 배달의민족이 입점업체에 최혜대우를 강요하고, 점주들에게 불리하게 광고정책을 바꿨다는 의혹에 관해 현장조사에 나섰다.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공정위는 이번 현장조사에서 울트라콜 폐지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혜대우 강요 혐의와 관련 자료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공정위는 지난 3월 배민의 광고상품인 ‘울트라콜’ 폐지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참여연대·점주 협회 등의 신고를 받고 정식으로 조사에 나섰다. 정액형 요금제인 울트라콜 대신 수수료에서 일부를 떼가는 정률형 광고제로 바뀌면서 점주의 수수료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게 신고 내용이다.배민은 입점업체에 음식가격과 프로모션 혜택을 경쟁사와 같은 수준으로 맞출 것을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근 배민과 쿠팡이츠는 최혜대우 강요와 관련해 공정위에 동의의결(자진시정안)을 신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