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촉법소년변호사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사채업자’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달랐다. 얼굴이 험상궂지도, 팔이 문신으로 덮여 있지도 않았다. 겉모습은 그저 평범한 20대였다.
지난달 말 대구 달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A씨(28)는 최근까지 비대면 불법 사채업자로 활동했다.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SNS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초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제때 갚지 않으면 밤이고 낮이고 추심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A씨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죽어도 이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단기 아르바이트 등을 하고 있던 A씨는 “돈 한 번 벌어볼래?”라는 지인의 제안으로 처음 불법사채 시장에 발을 디뎠다. 그는 지난 2월 ‘회사명’도 없는 한 사무실에 출근해 대포폰을 받았다. 한 유명 남자 배우의 이름을 온라인상에서 사용할 예명으로 정했다.
A씨가 속한 사무실에는 총 4명이 함께 일했다. 일종의 모집책이 불법광고나 SNS를 통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수집한다. 이 번호가 텔레그램 대화방에 공유되면 A씨는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어 돈이 필요한지 묻고 카카오톡을 통해 대출 상담을 했다.
4대보험 가입 여부와 급여 통장에 찍힌 실제 액수 등을 확인해 자체 한도에 맞게 돈을 빌려줬다. 100만원을 빌려주면 일주일 뒤 180만원을 돌려받는 식이었다. 이를 연이율로 환산하면 4000%가 넘는다. 상환 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일·주 단위로 연체이자를 추가로 받았다.
돈을 빌려주기 전에는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휴대전화 속 지인들 연락처까지 전부 받았다. 돈을 갚지 않는 당사자를 대상으로 1차 추심을 하고, 이 방식이 통하지 않으면 지인들에게 연락해 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A씨는 한 피해자에게 하루 1400통 넘게 전화를 건 적도 있었다.
지인 추심은 채무자에게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A씨는 “지인 추심에 활용한 단체 문자는 사무실 차원에서 보냈는데 허위사실 유포라고 보면 된다”며 “가령 돈을 빌린 사람이 B씨라면 ‘B가 너희 정보 팔고 돈 빌려 갔는데 이 정보를 중국에 팔아넘기겠다’는 식의 문자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무자 성별에 따라 유흥업소에 갔다든지 어디 가서 임신했다든지 등의 거짓 정보도 보냈다”고 했다. A씨는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이 일을 더 빨리 그만두지 못했다.
A씨는 “이상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추심 전화를 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었다”면서도 “일이 점점 익숙해지니까 죄책감이 옅어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비대면 불법 사채업자의 가장 큰 무기는 ‘익명’이다.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확신에 ‘나체 추심’ 등 더 악랄한 범행도 서슴지 않는다. 채무자와 대면 접점을 만들지 않으려고 자택에 찾아가는 방식의 추심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법사채는 돈을 빌리고 갚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피해자를 양산한다. A씨 사무실도 피해자 신고로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고, A씨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난 7월 자수했다. 현재는 대부업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형사 처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불법 사채 사무실에서 일했던 시간을 후회하고 있다. 불법적인 일을 했다는 낙인을 지우기까지 앞으로 얼마가 걸릴지도 모른다. 현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는 A씨는 “나중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악덕 사채업자.” A씨는 피해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을 것 같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많은 분께 피해를 끼쳤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국경절 연휴 기간 내보낸 8부작 기고문에서 중국 경제를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에 비유했다. 제20기 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앞두고 현 ‘중국식 현대화 모델’을 지속해나갈 당위성을 대내외에 알리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민일보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중차이원’이라는 필명으로 ‘시진핑 경제사상 지도하의 중국 경제’를 다룬 총 8편의 시리즈 기고문을 게재했다. 중차이원은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당 중앙재정경제위원회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간주된다.
중차이원은 제1, 2편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고 무역 보호주의가 만연한 현 상황에서도 중국은 일관되게 전략적 결단을 유지했다고 짚었다. 이는 공산당의 장기집권을 통해 가능한 것이라면서 서구 다당제 민주주의하에서 나타나는 “근시안적 정책과 잦은 정책변경”과 대조했다.
제3편에서는 “일부 기업의 경영난과 일부 지방 정부의 심각한 재정적자 등 중국 경제가 위험과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산업 변혁과 고도화 과정에서 부분별로 발전이 불균등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제4편에서는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과 소비 확대를 언급하며 ‘피크 차이나’(중국은 이미 정점에 달했다)론을 반박했다.
특히 5편에선 “중국 경제는 작은 뗏목이 아닌 거대한 배이며, 바람에 꺾이지 않고 압박에 무너지지 않으며 공격에 부서지지 않는 항공모함”이라며 “경제 체제는 회복력과 잠재력이 크고 활력이 넘치며, 어떤 풍파 속에서도 전진할 충분한 능력과 자신감을 갖췄다”고 말했다.
제6~8편은 중국식 발전모델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을 공식화한 2012년 제18차 당대회 이후 중국에서 농촌 주민 9899만명이 빈곤을 벗어났으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중국의 성공 경험을 해외로 확대하고 이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겨냥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중차이원은 “최근 수년간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 기업을 억압하고, 관련 기술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며 중국을 글로벌 혁신·가치 사슬의 중·저단계에 묶어두려 했다”며 “그러나 중국은 일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오히려 추월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중차이원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왔다”며 “중국은 세계 경제 번영과 안정의 적극적인 추진자이며, 시장 진입을 특권으로 여기지도 않고, 소위 상호 관세도 취하지 않는다”고 서방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중차이원은 ‘과잉생산’ 비판을 겨냥해 “중국의 성공은 체제와 거버넌스, 궁극적으로 수백만 명의 평범한 사람들의 공동 노력의 결과”라고 반박하면서 “중국 경제가 변혁과 업그레이드를 가속화함에 따라 전 세계 국가에 전례 없는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구칭양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롄허자오바오에 “인민일보 시리즈는 곧 열릴 4중전회를 위한 동력을 구축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내외에서 중국의 경제 발전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며, 일부는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며 사회 각계에 중국의 현 경로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우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이번 시리즈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번 4중전회는 오는 20~23일 베이징에서 열리며 경제·사회 중장기 계획인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