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법무법인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쇼트폼’이다. 각종 플랫폼들이 이용자를 오래 잡아두기 위한 방편으로 쇼트폼 콘텐츠 기능을 잇따라 강화하는 가운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쇼트폼 중독’에 이들 기업 역시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은 쇼트폼 동영상 서비스 ‘릴스’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첫 화면에 전면 배치하는 실험을 시작한다고 2일 밝혔다. 팔로어의 최신 게시물을 먼저 보여주던 것에서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릴스를 앞세우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시범 운영 대상 이용자는 앱 내 알림을 통해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시도는 릴스가 앱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올해로 출시 15주년을 맞은 인스타그램은 지난달 전 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30억명을 돌파하며 페이스북·스냅챗에 이은 초대형 플랫폼 반열에 올랐다. 2022년 MAU 20억명에서 3년 만에 50%나 증가한 데엔 릴스의 역할이 컸다. 실제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앱 이용 시간의 절반을 릴스에서 보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시청 시간은 10억시간을 넘겼다.
2016년 쇼트폼 플랫폼 틱톡이 일으킨 짧은 동영상 열풍은 대부분 플랫폼의 성격을 바꿔놓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2020년 8월 릴스를 내놓았고, 유튜브도 이듬해 7월 ‘쇼츠’를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쇼트폼 중심의 소셜미디어 ‘소라’를 선보이며 경쟁에 가세했다. 이 앱은 이용자의 관심사를 AI가 학습해 유사한 영상을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틱톡이나 릴스, 쇼츠의 전략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쇼트폼에 공을 들이는 건 국내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톡은 최근 단행한 대대적 개편을 통해 쇼트폼 기능을 새롭게 추가했고, 네이버는 지난 8월부터 인기 쇼트폼 콘텐츠를 소개하는 ‘숏텐츠 나우’를 앱 홈 화면에 도입했다. 카카오웹툰은 지난 4월 웹툰을 짧은 동영상으로 제작해주는 AI 기반 서비스 ‘헬릭스 쇼츠’를 출시했으며, 네이버웹툰도 2분 이내의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고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 ‘컷츠’를 지난달부터 시작했다.
성격도 기능도 제각각인 플랫폼들이 앞다퉈 쇼트폼 강화에 나선 배경엔 쇼트폼 콘텐츠의 강력한 중독성이 있다. 초개인화된 알고리즘이 이용자 선호에 맞춘 콘텐츠를 끝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한 번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보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용자의 체류 시간 증가는 곧 광고 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기에 플랫폼으로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오픈AI의 ‘소라’ 출시를 두고 이들이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끝없이 쏟아지는 짧은 동영상에 이용자는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쇼트폼 중독이 수년 전부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지만 이용자 스스로 자제하는 것 외엔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는 상태다. 카카오톡은 개편 직후 어린 자녀가 쇼트폼에 노출된다는 항의가 쇄도하자 미성년자 보호 기능을 뒤늦게 추가했다. 틱톡 등 플랫폼도 이용 연령을 만 13세로 제한하고 있으나 쇼트폼의 중독성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플랫폼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쇼트폼 시청을 사실상 강제화하고 있다”며 “미성년자 보호 등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 민간 교도소 소망교도소의 수형자 절반 이상이 성폭력 범죄로 형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도소의 성범죄 수형자 비율은 국내 교정시설 평균의 세 배를 훌쩍 넘었다. 소망교도소는 수용률이나 인당 수용 면적 등 환경과 처우가 다른 교정 시설에 비해 나은 편이라 성범죄자 대상 ‘특혜교도소’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소망교도소 수형자 396명 중 202명(50.9%)이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기준 국내 전체 수형자 중 성폭력 범죄 수형자 비율은 14.8%로, 소망교도소의 성범죄자 비율이 전체 교정시설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유형별로는 일반 성폭력 범죄 수형자가 125명(31.6%),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범죄 수형자가 77명(19.4%)이었다. 이 교도소 수형자 과반이 성범죄자이고, 다섯 명 중 한 명이 아청법을 위반해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뜻이다.
소망교도소는 2010년 12월 경기 여주시에 개소한 국내 유일 민영 교도소다. 국영 교도소보다 수용률이 낮고 1인당 수용 면적도 더 넓다. 국영교도소 수형자 중 희망하는 입소자를 선발하는데 매번 지원자가 몰려 입소 자격 요건을 정해두고 면접을 거친다.
이 교도소는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지만 예산 90%는 국고지원을 받으며 법무부 교정본부가 운영을 감독한다. 사실상 세금으로 운영되고 정부가 관리하는 기관인데, 비정상적으로 성범죄 수형자 비율이 높은 것을 두고 입소 자격 요건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20세 이상 60세 미만 남성 중 전체 형기 7년 이하, 잔여 형기가 1년 이상인 2범 이하 수형자는 이 교도소에 입소 지원할 수 있다. 마약·조직폭력 사범은 제외된다.
법무부는 높은 형을 선고받은 살인·강도 등 범죄 수형자를 입소 자격에서 제외하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중범죄자, 단기수형자 등을 선정 기준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기준에 부합하는 인원이 많은 성폭력 사범 수용 비율이 높은 것”이라며 “이번 달부터는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성범죄자는 선정 기준에서 제외하는 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정 의원은 “소망교도소가 사실상 성범죄자 전문 교도소로 변질하고 있다”며 “입소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 흉악 성범죄자들이 소망교도소를 ‘특혜 교도소’처럼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