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지난해 ‘12·3 불법계엄’의 밤, 관사에서 휴식 중이던 국군 방첩사령부 대공수사단 소속 최진욱 소령은 비상소집 문자를 받았다. 그날 저녁 부대원들과 회식을 하며 마신 술이 다 깨기도 전이었다.
부랴부랴 부대에 복귀한 최 소령은 ‘한동훈 체포조장’이 됐다. 부대원 4명을 데리고 국회에서 경찰과 만나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의 신병을 인계받은 뒤 수방사 구금시설로 이송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최 소령은 지시에 따를 생각이 없었지만 항명을 하긴 두려웠다. 국회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하기 전까지, 그는 갖가지 방법으로 시간을 끌었다.
최 소령은 지난달 24~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에서 연달아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 모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소령이 받은 지시는 “신동걸은 이재명, 최진욱은 한동훈. 체육관에서 장비 챙겨서 국회로 가라”(김대우 당시 방첩사 수사단장)는 게 전부였다. 구금하는 이유가 뭔지, 어떤 혐의가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황당한 지시라고 생각한 최 소령은 실소를 터뜨렸다. “포고령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는 계엄 포고문도 바닥에 버렸다. 그는 “법적 근거인 줄 알았는데, 포고문이길래 ‘이게 무슨 근거가 되냐’ 하고 버렸다”고 말했다.
체육관에서 포승줄과 수갑 등을 챙길 때도 최 소령은 서두르지 않았다. ‘이재명 체포조장’으로 지목된 신동걸 소령과는 “이게 진짜 맞냐”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그러나 출동을 재촉하는 상관들 지시에 따라 부하들을 데리고 국회로 쪽으로 갔다. 당시 그는 ‘출동하지 않으면 항명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두려웠다고 한다. 떠밀리듯 국회로 향할 때도 “다들 술 냄새가 났다”고 최 소령은 말했다.
다만 최 소령은 경찰에게 연락을 하거나, 국회에 진입하지는 않았다. 그는 부대원들과 국회에서 4블록 이상 떨어진 은행 근처에만 머물렀고, 편의점에 들러 생수를 사기도 했다. “수사관들을 국회에 투입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일단 내려서 CCTV에 (모습을) 노출했다”는 게 최 소령의 설명이다. 그는 이후에도 차 안에서 뉴스를 보며 상황을 지켜봤다고 한다.
차를 세운 채로 기다린 지 한 시간쯤 지난 지난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최 소령은 가족들로부터 ‘국회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제야 최 소령은 “끝났다, 더 이상 항명이나 처벌 안 받을 테니 지시는 안 따라도 되겠다고 안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엄날 밤의 기억을 떠올리기가 여전히 부담스럽다며 “긴급하고 다급한 상황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임무가) 이뤄졌다. 혼란스럽고, 무질서했다. 수사관들은 무기력했고, 안타까웠고, 무서웠다고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다”고 했다.
계엄 당일 정치인 체포 지시는 ‘윤석열(당시 대통령) → 김용현(당시 국방부 장관) → 여인형(당시 방첩사령관) → 김대우(당시 방첩사 대공수사단장)’ 순으로 전달됐다.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단장은 정치인 체포 명단의 존재를 일부 인정했지만,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은 여전히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느닷없이 계엄을 선포해 부하들과 시민들에게 혼란을 안긴 윤 전 대통령은 이제 재판에 출석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7월10일 재구속된 뒤로 연휴 직전인 지난 2일까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13회 연속 불출석했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다른 재판부에서 열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첫 재판에는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직접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85일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윤 전 대통령은 말했다.
“제가 무슨 재벌회장도 아니고, 백몇십명 검사가 이것저것 (수사를) 하는 게 대체 이게 기소할 건인지,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국정 전반을 하는데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 알아서 기소하고 싶은 건 기소하고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차라리 처벌 받고싶은 심정이지. 집도 (법원이랑) 가깝고 하니, 보석을 해주시면 제가 아침에 운동도 하고, 당뇨식도 하고, 변호인들과는 전화로 소통하면서 사법절차에 협조하겠단 겁니다.”
경찰청이 산업현장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를 전담하는 수사팀을 각 시·도경찰청에 신설한다.
경찰청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17개 시·도경찰청에 ‘중대재해 수사팀’과 ‘중대재해 전담 과학수사팀’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기존 경찰 안전사고 수사 인력에서 추가로 정원을 확보해 각 시·도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20개 팀·100명 규모의 중대재해 수사팀을 신설한다. 중대재해 전담 과학수사팀은 경기남부경찰청에 설치해 주요 중대재해 사건의 감식 등을 맡긴다. 경기남부경찰청에는 수사팀·과학수사팀을 합쳐 총 29명의 인원이 편성돼 가장 규모가 크다.
이번 수사단 신설은 최근 반복된 산재 사망사고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가 배경이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산업안전 수사는 산업안전법도 숙지해야 하고 수사 노하우도 필요하다”며 경찰에 전담 수사단 조직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경찰이 산재 사망사고의 즉보 체계를 마련하고 지난 8월7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확인한 산업현장 사망·부상사고는 총 249건, 사망자는 115명에 달했다.
경찰은 신설되는 수사팀이 산재 사고 수사를 전담해 관련 수사기법을 축적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경찰 수사 연수원 교육 과정을 증설하고,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과의 합동 교육을 추진하는 등 교육 강화·전문인력 확보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또 경찰은 고용노동부와 수사협의체를 정례 운영하고, 인력 파견 및 지역 수사팀 간 직통회선을 구축해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한다. 이외에도 경찰은 국토교통부가 불법 재하도급 등의 수사를 요청하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산재)수사를 통해 확인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제도 개선사항을 찾아내고, 이를 고용노동부에 환류하는 등 사고 예방 활동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