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보건소 사전투표소 앞으로 사람들이 줄을 섰다. 발달장애인 박경인씨(31)도 신분증을 손에 꼭 쥐고 뒤에 섰다. 박씨의 투표를 도울 은물 활동가가 곁에서 박씨의 어깨를 감쌌다. 긴장된 얼굴의 박씨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신분증을 내밀고 말했다. “제가 발달장애인이라서 투표보조인이 필요해요.”이날 박씨를 포함한 14명의 발달장애인은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등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각각 종로구 청운동·사직동, 마포구 공덕동·아현동 등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한 사람당 1~2명의 투표보조인이 함께 했다. 투표보조인은 장애 등으로 기표가 어려운 선거인이 투표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을 말한다. 공직선거법(157조6항)은 시각 또는 신체장애를 가진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문제는 이 법 조항에 ‘발달장애’는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발달장애인들은 보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1대 대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30일 참사 현장 근처인 서울 용산구청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이들은 차기 정부에 “참사의 진상 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반드시 이뤄내달라”고 촉구했다.유가족들은 이날 서울 용산구 지하철 이태원역 근처 해밀턴호텔 옆 골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전투표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석열과 같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하는 권력이 등장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이태원 참사가 일어난지 2년7개월이 넘게 흘렀지만 참사 현장을 직접 찾는 일은 유가족들에게 여전히 힘든 일이다. 희생자 고 이승연씨의 어머니 염미숙씨(54)는 참사 이후 이날 두 번째로 현장을 찾았다.아직도 지하철을 타고 이태원역을 지날 때는 귀를 막고, TV에서 ‘연예인이 이태원 근처 집을 샀다’는 소식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한다고 했다. 염씨는 “근처까지는 올 수 있겠지만 사고 현장에는 잘 못 오겠다”며 “...
경의선 일산역은 무척 다른 풍경의 경계에 있다. 남서쪽 1번 출구로 나가면 아파트로 가득한 ‘1기 신도시’ 일산을 만난다. 같은 역의 출구이건만 북동쪽 2번 출구 앞은 영 딴판이다. 신도시 이전 일산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한 오래된 길들이 주변으로 굽이치듯 뻗어나간다. 그 길을 따라가면 저 멀리 병풍처럼 선 아파트촌을 배경 삼아 왁자지껄한 시장 골목이 아직 살아있다. 2번 출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경의선 철로와 일산초등학교 사이에 들어선 작은 동네를 걸으면 마치 시간이 1970년대에 멈춘 것만 같다. 집들은 새마을운동 당시 보급했을 법한 붉은 시멘트기와를 지붕에 얹은 그 모습 그대로다. 지금은 대부분 사람이 살지 않는다.그 적막한 동네의 끝자락에 자리한 노르스름한 건물 한 채. 다소 촌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정겨움을 느끼게 하는 색채다. 매끈한 벽면이나 잘 정돈된 주차장, 조경을 보면 지은 지 얼마 안 된 듯한데, 한편의 육중한 녹슨 철문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