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SPC가 국회가 요구한 노사안전협의체 구성과 노조가 제안한 작업 중지 및 합동 안전점검 실시를 수용했다.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복되는 SPC 중대재해, 이대로 둘 수 없다-대책과 예방, 책임 주체 강화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시화공장 생산라인별로 매주 하루는 가동을 중단하고 이 시간을 설비 점검 및 안전 강화에 집중하겠다”며 “연속 근무를 줄이고 일부 라인에는 4조 3교대 시범 운영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김 이사는 관계기관 조사 완료 후 사고 설비 전면 철거 및 폐기, 노사합동 안전점검 실시, 안전보건 관리 인력 증원 등도 내놨다.지난 19일 오전 2시50분쯤 SPC삼립 시화공장 크림빵 포장 공정에서 일하던 5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A씨는 기계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도세호 SPC 대표이사...
어느 도시를 방문하든 박물관부터 찾아보는 습관이 있다. 아무리 일정이 빠듯해도 두세 군데는 꼭 들른다. 역사상의 수많은 물건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치 있다고 여겨져 보존되는 유물, 예술품, 기록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의 생애를 훌쩍 뛰어넘는 오랜 세월을 견뎌낸 흔적을 마주하는 일도 즐겁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시간에 물리적인 형상이 있다면, 그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은 아마도 박물관이 아닐까. 시간이 흐르면서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을 붙잡아두는 일. 그것은 기억을 보존하는 일이자 망각에 저항하는 일이다.박물관에서 가장 놀라운 순간은 까마득한 거리감을 느끼는 순간이 아니라, 아득히 멀다고 생각했던 과거와 현재가 포개지는 순간이다. 먼 옛날의 어떤 장면이 지금의 나를 스치거나 앞지르면서 하나로 뒤섞이는 순간. 그러니까 박물관이 품고 있는 매혹적인 분위기는 과거를 붙잡으려는 악력이 아니라 오히려 여러 시간을 겹치게 하는 느슨한 틈에서 온다....
8개월여 전. 뚜리앙은 아침을 먹고 집 문을 나선다. 곱슬곱슬한 머리에, 유색인이지만 피부가 희고 고운 편이며, 생글생글 웃고 있는 눈동자는 높이 매달린 열매처럼 또렷하고 부드러우며 맑다. 그의 나이 27세.아침 8시경, 모곡 마을의 새들이 운다.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북쪽으로 200㎞ 떨어진 산간마을 모곡. 최고급의 루비가 생산되는 곳. 지구에서 소비되는 루비의 60%가 그곳에서 나온다. 모곡 마을이 시작된 건 지금으로부터 800년 전. 미얀마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샨족 사냥꾼 셋이 길을 잃고 헤매다 루비를 발견한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자연스럽게 마을이 만들어졌다.웅장한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모곡에서 태어나고 자란 뚜리앙이 집을 떠나 날아가려는 곳은 한국. 엄마는 마당까지 아들을 따라 나온다. 다민족 국가인 미얀마에는 135개 이상의 크고 작은 종족이 존재한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네팔인의 피가 흐르지만, 그는 소수민족 중 하나인 노산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