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날이다. 오늘따라 유독 ‘골탕 먹었다’는 말이 자꾸 입가를 맴돈다. 일이 실타래처럼 엉킨 하루였다. 아침부터 서두르다 버스를 잘못 탔고, 오후에는 예상치 못한 일로 친구와 한 점심 약속마저 깨졌다. 연이어 터지는 난감한 상황에 ‘골탕 먹었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퇴근길, 익숙한 골목길 단골 식당의 따뜻한 불빛이 위로처럼 느껴진다. 뜨끈한 주꾸미탕을 앞에 두고 오늘 하루를 떠올리니 쓴웃음이 나온다. 따뜻한 음식을 먹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곤란하거나 손해를 볼 때 ‘골탕 먹었다’는 표현을 쓴다. ‘골탕’은 본래 음식 이름이었다. 예전에는 소의 등골이나 머릿골에 녹말이나 밀가루를 묻혀 기름에 지지고, 달걀물을 입혀 맑은장국에 넣어 끓인 국을 ‘골탕’이라고 불렀다. 듣기만 해도 손이 많이 가는, 꽤나 귀한 음식이었을 듯하다.시간이 흐르면서 ‘골탕’의 뜻은 서서히 바뀌었다. ‘곯다’가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준 듯싶다. ‘곯다’는 원래 ‘속이 물러 상하다’라는 뜻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