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용접 지난 9월 경기 양평과 전남 담양에서 올해 한국친환경농업인대회와 전국생물다양성대회가 열렸다. 친환경농업을 사수하고 있는 농민들이 서로 격려하는 큰 대회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이 출동했고, 친환경 농민들의 노고를 추켜세우면서 친환경농업이 지구와 국가의 미래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다짐을 자료집에 빽빽하게 적어놓았다. 친환경농업인대회에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참석해 대통령의 축하를 전했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친환경농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장관 축사를 통해 표명했다.
생물다양성 문제는 친환경농업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오는 최종 생산물이 친환경이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그 논밭에 얼마나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들여다본다. 생물다양성을 측정할 때 조류, 양서류, 포유류, 식물, 수서생물까지 포함하며 그 범위는 촘촘하고도 넓다. 친환경 논의 거머리나 물벼룩도 지구 생태계에서는 기특한 생물종이지만, 농민들에게는 번거롭고 농업 살림에 보탬이 되지 않는 존재다. 제초제를 쓰지 않고 농사짓는 일도 고되건만 여기에 생물다양성까지 각별히 챙기라는 것도 염치없다. 그러려면 친환경 농산물에 생물다양성을 지킨 노력 값을 쳐주어야 한다.
2019년부터 영농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줄이고 환경보전을 실천해보겠다는 마을을 대상으로 5년간 지원하는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심사를 거쳐 65개 마을이 선정돼 관련 활동을 이어왔다. 제초제 없이 잡초를 제거하거나 녹비작물을 재배해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고, 하천 정화 활동을 통해 경관과 수질을 개선하는 등 생물종의 서식 여건을 낫게 만들려는 노력을 해왔다.
우수사례집을 보니 생물다양성 등급이 상승하고 저수지 총질소 수치도 나아졌다. 눈에 띄게 늘어난 자잘한 생명체들을 보며 기뻐한 것도 마을 주민들이었다. 농약도 없이 무슨 수로 농사를 짓느냐며 친환경 농민들에게 헛고생 말라던 고령의 농촌 주민들이다. 그간 농사를 지으며 땅과 물이 망가지는 데 마음이 걸렸던 터라 함께 무엇이라도 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개인 활동을 넘어 마을 공동활동에 대한 지원이었다는 점에서 함께하는 재미, 즉 마을 활성화 차원에서도 ‘가성비’가 좋은 프로그램이다. 그간 농업과 관련한 직불금이 개인 노력에 대한 지원이었다면 이는 공동의 노력에 플러스알파를 얹는 인센티브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5년 기간을 채운 39개 마을이 2026년에 지원이 종료된다. 표면적으로는 사업을 이관하고 평가 뒤에 재편한다지만 그간 농촌사업 지원들이 그래왔듯 기간이 지나면 좀 더 잘해보라 북돋기보다 사업 종료로 이어질 것이 빤하다. 마을에 친환경농업 인증 농가가 확 늘어나 서류에 각이 딱딱 떨어졌다면 모를까, 논둑에 개구리가 좀 더 뛰어다니고 주민들이 함께 풀도 매고 농약병도 치운 보람은 서류상 명확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게 좋은 프로그램이면 자발적으로 더 이어가라 주문하면 좋겠으나 쉽지 않다. 그간 공동활동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었으므로 개인이 시간과 체력을 쓸 수 있었고, 리더들이 주민들에게 모이라 권할 수도 있었다. 하나 앞으로는 친환경 제초도 셀프, 저수지 주변 청소도 셀프라 하면 고령의 농촌 주민들이 과연 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친환경 농지는 해마다 줄어들고 기존의 친환경농민들조차 소득 저하와 기후 문제로 한계에 다다라 친환경농업을 접을까 고민하는 이때, 생물들까지 아우르라 독려하려면 돈과 시간을 써야 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자료집에 실린 격려사만큼, 대통령이 쓰고 농식품부 장관이 읽었던 그만큼이라도 지켜질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부부가 나란히 이번 ‘추석 황금 연휴’를 구치소에서 보내고 있다. 전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 기소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통일교 청탁 및 정치권 로비 의혹 사건으로 수감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한학자 통일교 총재도 구치소 독방에서 연휴를 보내고 있다.
특별검사팀 수사로 구치소에 머물게 된 이들은 총 16명이다. 김건희 특검팀 14명, 내란 특검팀 2명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는 김 여사 외에 권 의원, 한 총재,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 건진법사 전성배씨, 전씨의 브로커 이모·김모씨,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종호씨, 김상민 전 부장검사, 김모 국토교통부 서기관, 삼부토건 이일준 회장·이응근 전 대표·이기훈 부회장, 김 여사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씨 등이 수사를 받고 구속 수감돼 있다. 내란 특검팀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
김 여사는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과 권 의원, 한 총재, 윤씨, 김 전 부장검사, 이 전 장관 등 대다수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이 중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 권 의원, 한 총재 등 ‘미결 수용자’들은 독방에 수감 중이다. 독방 크기는 화장실을 제외하고 2평 정도로 알려졌다. 권 의원과 한 총재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 법원에 “구속이 부당하다”며 구속적부심 청구를 냈지만, 지난 1일 모두 기각돼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이 구치소에서 보내는 두 번째 명절이다.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구속 기소돼 올해 1월 말 설 명절 연휴를 서울구치소에서 맞았다.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형사재판 준비, TV시청, 실외운동 등을 하며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머무는 구치소에서는 이번 추석날 특식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많은 미결 수용자들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는 추석 당일인 6일 아침식사로 미니치즈빵과 삶은 달걀, 종합견과류와 두유가 나올 예정이다. 점심은 유부 우동국과 돼지 갈비찜, 배추김치 등이 제공된다. 저녁으로는 소고기뭇국, 꽁치김치조림, 생김과 양념장, 발효유가 나온다. 서울남부구치소의 이날 주요 식단은 아침 두부 김칫국, 점심 청국장, 저녁 쇠고기 매운국 등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엔 구치소에 후원 물품이 많이 들어와 추석이나 설날에 별도로 특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식은 없지만 추석 연휴 기간 실시간으로 TV를 볼 수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가 제공하는 방송계획표를 보면 추석 연휴기간(10월3일~9일) 오전 9시15분쯤부터 오후 9시쯤까지 하루 12시간 내내 TV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통상 수감된 미결 수용자들은 하루에 6시간30분 정도만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나머지는 녹화방송을 본다.
일부 다른 구치소에선 합동 차례를 지내기도 하는데 서울구치소와 서울남부구치소는 따로 없다고 한다. 연휴 기간에 미결 수용자들은 모든 접견이 제한된다. 다만 전국 교도소 등에선 지난 4일 하루동안 접견을 원하는 미결 수용자들에 대해 일반 접견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