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상위노출 통일교 청탁 및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구속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추석 황금연휴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법원은 1일 권 의원과 한 총재가 낸 구속적부심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3부(재판장 최진숙)는 이날 통일교 청탁 및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구속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한학자 총재에 대한 구속적부심사를 각각 연 뒤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의자 심문 결과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인정된다”며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4항에 의해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 법에 따르면, 법원은 청구서가 접수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체포되거나 구속된 피의자를 심문하고,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조사한 뒤 피의자 측의 청구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경우 기각 결정을 할 수 있다.
재판부가 특검 측 손을 들어준 건 권 의원과 한 총재의 범죄 혐의가 성립할 개연성이 있고, 이들이 풀려나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이 특검 수사 전부터 차명폰 사용 등 증거인멸 우려가 크고, 한 총재는 구속 전·후 소환 조사에 수차례 불응한 점 등을 미뤄볼 때 구속이 유지돼야 한다는 특검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권 의원 측은 구속적부심사에 앞서 법원에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50여쪽의 의견서를 냈다. 권 의원은 구속적부심사에서 5분 안팎 동안 직접 발언에 나섰다. 권 의원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로 1억원의 돈을 전달받았다는 진술에 문제를 제기하며 “특검에 대질조사 요청을 했음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 행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차명폰 통화를 근거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재 측도 200쪽이 넘는 의견서를 법원에 내고 “구속이 부당하다”고 했다. 구속적부심사에선 한 총재의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불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권 의원과 마찬가지로 윤씨 진술에 문제가 있다면서 혐의 일체도 부인했다. 한 총재도 약 3분 정도 최후 발언에 나서 “평화의 어머니 역할, 세계 평화를 위해서 평생을 바쳤다”며 “그런데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이 나라가 겨우 나를 이렇게 대우하냐. 참담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5일 한 총재의 최종 결재를 받은 윤씨로부터 통일교 행사 청탁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원 명목으로 현금 1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달 16일 구속됐다. 한 총재는 권 의원에게 이 1억원을 전달하고, 20대 대선 전 통일교 자금으로 국민의힘 광역시도당 등에 총 2억1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포함해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교사 등 4가지 혐의로 지난달 23일 구속됐다.
법원이 권 의원과 한 총재의 구속을 모두 유지하면서 이들은 추석 황금연휴 기간 구치소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권 의원의 구속기간은 오는 5일까지로, 오는 2일 기소될 예정이다. 한 총재는 오는 12일 구속기간이 만료되며, 이르면 권 의원과 함께 기소될 수 있다. 통일교 측은 심사 결과가 나온 직후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구속적부심 기각 결정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진실 규명을 위해 앞으로 진행될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미, 수출 경쟁력 위한 한국 정부의 ‘원화 가치 절하’ 차단 목적한, 매달 외환개입 내역 비공개 제공…통상 갈등 완화 효과 기대
한·미 재무당국이 1일 “부당한 경쟁우위를 목적으로 한 환율 조작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걸 막겠다’는 미국 의지가 담긴 합의다.
향후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때 대응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는 이날 합의문에서 “효과적인 국제수지 조정을 저해하거나 부당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조작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는 주요 20개국(G20)이 오랫동안 견지해온 ‘환율은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과 유사하다.
이번 합의는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한 한·미 ‘2+2(재무·통상 수장) 통상협의’의 후속조치다.
합의문에는 “거시건전성이나 자본이동 관련 조치는 경쟁적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는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이나 자본 유출입 관리 목적의 환율정책은 펼칠 수 있지만,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환율정책을 쓸 순 없다는 의미다.
국민연금 등 정부 투자기관을 환율 조작에 동원하면 안 된다는 대목도 있다. “정부 투자기관의 해외투자는 위험의 조정과 투자의 다변화 목적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경쟁적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6월 발표한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를 원화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과 650억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를 ‘인위적 개입’으로 본 것이다.
한·미 양국은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 고려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아울러 개입은 환율의 방향과 관계없이 대칭적이어야 한다. 통화 가치 절하·절상 중 어느 한 경우에만 개입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도한 변동성’이란 기준이 모호해 미국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현재 분기별로 공개하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대외 비공개를 전제로 미국 재무부에 월 단위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관세협상 이후 진행될 수 있는 ‘환율 전쟁’에서 미국이 사용할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 등 무역 상대국이 관세로 인한 수출 피해를 환율 조정으로 상쇄하지 못하도록 미국은 미리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대규모 대미 투자는 원하면서도 그로 인한 달러 강세는 원치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순된 입장을 반영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에 향후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부담을 지게 될 경우 투자 손실 위험에 노출될 뿐 아니라, ‘환율 방어’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번 합의로 환율조작국 지정 리스크를 낮췄다고 평가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합의문에 따르면 한국이 환율조작국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부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받아들여지길 기대하고 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에 대한 관찰대상국 지정이 해제되기를 바랐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번 합의는 한·미 간 통상 갈등을 완화하면서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