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항쟁이 분단을 막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통일운동이었다면, 백범 김구의 남북협상은 분단을 막기 위한 위로부터의 통일운동이었다. 1949년 6월 반민특위 습격, 국회 프락치 사건, 백범 암살로 이어진 ‘6월 공세’는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중심으로 한 분단 세력이 일으킨 친위쿠데타였다.식민지 지배와 분단과 군사독재의 삼중고를 당하면서도 이 땅의 시민들은 소설 <파친코>의 선자처럼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며 ‘중꺾마’를 잃지 않았고,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처럼 “살암시민 살아진다”의 삶을 저마다 살아냈다. 이런 이들이었기에 여의도에서 시민들이 계엄군보다 더 빨리 국회에 달려가는 기적을 이룰 수 있었고, 힘없는 사람들의 조건 없는 연대를 통해 ‘남태령 대첩’을 거둘 수 있었다. 한강 작가의 말처럼 죽은 자가 산 자를 이토록 도와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산 자를 도울 수 있던 것은 산 자들이 끊임없이 그 죽음을 잊지 ...
다정하게 촉촉하게서선정 글·그림길벗어린이 | 56쪽 | 1만7000원새 신을 신고 뽐내려고 했는데, 운동장에서 공을 차려고 했는데, 오늘만큼은 퇴근하자마자 달리기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찾아온 빗방울은 괜스레 야속하다. 공기는 무거워지고 피부는 끈적인다. 날도 어둡고 기분도 우울해진다. 하지만 우리를 향해 떨어지는 비의 기분은 정반대다. “내려가자!”라며 신나게 소리치는 빗방울의 다정한 모험을 따라가보자.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에서 주황빛 소나기가 된 빗방울은 땅 위 곤충들에게 다가가며 오랜만이라고 인사한다. 기차여행 중인 사람들에게 찾아간 푸른 장대비는 차창을 토도도독 두드리며 멋진 음악을 선사한다. 노란 가랑비는 하늘에서 죽 그리워한 어린이가 훌쩍 큰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세상 곳곳 비가 쏟아지는 장면이 펼쳐진다.울고 싶어 하는 어른도 잊지 않고 찾아간다. “실컷 울어요. 내가 곁에 있을게요. 쏴아아!” 빗방울은 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