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제의 발전 최근 대구 수성못 인근에 새로 단장한 공중화장실이 논란이 됐다. 이 화장실은 꽤 우아하다. 전체적으로 원통형인데, 목재 루버(가느다란 부재를 창 등 건물 표면에 빗살처럼 설치한 것)가 그 형체를 감싼다. 낮의 루버는 화장실 안에 은은한 자연광을 들여오고, 밤의 루버는 화장실을 자체 발광하는 오브제로 만든다. 디자인은 스페인 출신 건축가로, 한국에서 다수 프로젝트를 한 다니엘 바예가 맡았다. 이 근사한 화장실이 입길에 오른 건 다름 아닌 비용 때문이었다. 신축도 아니고 리모델링인데, 나랏돈이 9억원이나 투입됐다는 사실에 놀란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언론은 수성구가 대구에서는 부촌으로 꼽히는데, 그곳 아파트 한 채 값에 맞먹는다고 했다. 그 문제의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것일 테다: 왜 화장실에 이렇게까지 합니까?배경이 공중화장실로 같아서 그런지, 이 사건은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대사 한 토막을 떠올리게 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도쿄의 공중화장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