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엄 이후 대통령 탄핵과 대선까지 정신없이 달려온 몇달이었다. 한숨을 돌리며 고개를 들어보니 그사이 많은 것이 달라져 있다. 앙상하고 메말랐던 나뭇가지는 어느새 초록의 이파리로 덮여 있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이 하늘을 더럽히던 북의 오물 풍선도 사라졌다.지난해 10월만 해도 정상회담을 앞둔 용산 대통령실 경내에서 발견되던 오물 풍선이었다. 서울 여의도 고층 빌딩에서 보면 오물 풍선이 열기구처럼 둥둥 떠다닌다고도 했다. 우리 쪽에서 대북전단 날리기를 먼저 중단한 것인지, 아니면 북측이 우리 상황을 간보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라졌다. 윤석열 정부는 오물 풍선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실효적인 대응은 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무능했다.“이제 일 좀 해야지요.”5일 만난 대기업 간부 A씨는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12·3 불법계엄 이후 우리 기업들은 업무가 거의 ‘스톱’ 상태였다고 한다. 국내외...
한창 바쁘게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거미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엄지손가락만 한 거미가 눈앞에서 대롱거리고 있었죠. “깜짝이야!” 소리쳤습니다. 그때 거미도 움찔, 하고 몸을 움츠렸어요. 사람을 마주치지 않은 지 일주일쯤 됐을 때였습니다. 목소리를 낸 것이 정말 오랜만이었죠. 어디 무인도에 있냐고요? 농담하지 마세요. 저는 그냥 산골짜기에 살고 있을 뿐이라고요… 아무튼 당장이라도 막대기를 찾아 거미줄을 걷어내 거미를 밖으로 내쫓을 뻔했습니다만,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말했죠.“야! ‘깜놀’ 했잖아!” 거미는 제 목소리의 파동에 따라 다리를 움찔댔습니다. 그가 겁을 먹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저는 똑똑히 일러주었습니다. “너 있잖아! 인사 그렇게 하는 거 아냐! 같이 살고 싶으면 똑바로 해라!” 거미는 인사를 하던 패기는 온데간데없이, 잘못을 들킨 초등학생처럼 움찔거리더니 다시 줄을 올려 천장 구석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