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에 핀 연보라색 꽃이 5월의 산하를 물들이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기품이 있고, 줄기가 곧아 선비의 기상을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의 어느 선비는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그 곡조를 간직한다”고 노래했다.오동나무를 볼 때마다 아주 오래전 고향 마을 풍경이 떠오른다. 마을 사람들은 고단한 하루의 노동을 마감하고 간략한 저녁 식사를 마치면 서둘러 우리 집에 오곤 했다. 트랜지스터라디오가 있던 우리 집은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었다. 라디오는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하려고 마당가 오동나무 가지 위에 올려놓았다. 시시껄렁한 농담이 오가다가도 연속극이 시작되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숨을 죽인 채 라디오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들은 함께 감탄하고 웃고 눈시울을 적셨다. 연속극이 끝나면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고 그들이 비운 자리를 마치 우유를 쏟아놓은 것 같은 은하수가 채웠다. 공동체가 살아 있던 시절의 풍경이다. 결혼, 출산, 장례와 노동의 모든 과정이 마을의 일이었...
인공지능(AI)은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경우, 등장 초기와는 달리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신제품과 기존 제품 간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AI는 그렇지 않다. 이전 기술을 크게 압도하는 새로운 AI 기술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최근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AI 기술이다. 기존 AI는 특정한 목적에 맞추어 모델을 새롭게 개발해야 했다. 반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의 관계를 미리 학습시켜 놓고 필요에 따라 다양한 일을 바로 시킬 수 있다. 챗GPT 같은 언어모델과 비슷한 점도 있다. 하지만 파운데이션 모델은 활자로 만들어진 데이터뿐 아니라 그림이나 음성, 심지어 화학물질의 특성도 미리 학습할 수 있어 활용도가 더욱 높다.두뇌는 하나의 작은 우주에 비견될 만큼 다양한 신경세포가 많은 정보, 즉 빅데이터를 끊임없이 생성한다. 과학계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최근 파운데이션 모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