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33·토트넘 훗스퍼)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손씨에게 돈을 뜯어내려 한 일당의 구속여부가 17일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서울중앙지법 윤원묵 부장판사는 공갈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여성 양모씨와 공갈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40대 남성 윤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이날 오후 2시부터 연다.손씨와 과거 연인관계였던 양씨는 지난해 6월 손씨에게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내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 손씨로부터 3억여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씨는 이후 임신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윤씨는 올해 3월 초 손씨 측에 접근해 양씨의 임신사실을 알리겠다면서 7000만원을 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직전까지 양씨와 연인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앞서 지난 7일 손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강남경찰서는 14일 저녁 이들을 체포하고 이튿날인 16일...
친구가 지금도 ‘피크민’을 열심히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피크민이라는 색색의 조그마한 생명체와 함께 다니는 게임 ‘피크민 블룸’ 이야기였다. 게임 플레이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모바일 기기에서 게임을 실행하고, 어디로든 냅다 걷는다. 그러면 나의 위치 정보를 토대로 게임 속 증강현실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를 따라 꽃이 심어지고, 피크민이 졸졸 쫓아온다. 남들이 심은 꽃을 보거나 새로운 피크민 모종을 발견할 수도 있다.나는 그게 얼마나 건실하고 건강한 활동이냐며 얼른 맞장구를 쳤다. 여기에 푹 빠진 사람들은 일부러 산책을 나선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평소보다 일찍 내리고, 주변의 건물이나 골목을 하나하나 탐방하고, 외출할 일이 없는 때에도 밖으로 나간다. 많이 걸을수록 피크민 세상이 다채로운 색깔과 소리로 채워진다. 산책길이 아름답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목적지가 뚜렷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솔직히 현대사회에서 걷기는 참으로 비효율적인 수단이다. 자동...
2022년 8월11일을 돌아본다. 망설이는 마음을 뒤로하고 오후 8시경 어두운 정장 차림으로 일면식도 없는 이들의 마지막을 위해 홀로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신림동 반지하방에 살다가 폭우로 밀려들어온 빗물에 방이 순식간에 잠겨 도시 한복판에서 황망하게 사망한 가족의 장례식이었다. 세 명의 영정이 나란히 놓여 있던 빈소에는 정치인들의 조화와 노조 조끼를 입은 조문객들이 이 죽음의 맥락을 말해주고 있었다. 봉투에 ‘시민’이라고 적고 헌화한 후 돌아왔다.이 참사 이후 늘 그렇듯 대한민국은 잠시 떠들썩했다. 저 취약한 공간에는 면세점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중년의 가장, 그의 발달장애인 언니, 그의 노모, 그의 어린 딸이 살고 있었다. 정치인들의 마음은 늘 희생자의 눈물로만 열 수 있기라도 하는 듯 유난히 홍수 참사가 많았던 그해 여름은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정치권의 언어가 난무했다.현실은 달랐다. 2022년 여름 참사 당시 서울시 반지하 가구 수는 20만 정도로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