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클레의 작품 ‘새로운 천사’. 천사는 눈을 크게 뜨고 뭔가를 응시하고 있지만 거기서 금방 멀어질 것 같다. 거센 바람이 그를 하늘로 밀어 올리고 있어서다. 발터 벤야민은 이 그림을 보고 ‘역사의 천사’라는 게 있다면 그도 이런 모습일 거라고 했다. 벤야민에 따르면 우리 눈에 사건들의 흐름으로 보이는 것이 이 천사의 눈에는 잔해 더미의 축적이다. 천사는 잔해 더미에 머물며 조각난 것들을 이어 붙이려 하지만, 미래로 불어대는 거센 바람이 그를 하늘로 밀어붙인다. 그를 따라 잔해 더미도 쓰레기산처럼 하늘로 솟아오른다. 벤야민은 사람들이 말하는 진보란 바로 이 바람을 일컫는 것이라고 했다.지난해 12월3일, 국회 앞으로 밀려드는 계엄군과 시민들을 보다가 뜬금없이 이 천사가 떠올랐다. 그날은 ‘세계 장애인의날’이었다. 장애인들은 장애인 권리 입법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1박2일 투쟁을 벌일 예정이었다. 오후에 국회 본청 앞에서 결의대회가 열렸다. 대표 구호는 ‘장애인도 시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