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이혼변호사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사진)이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붙인 석방)을 요청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계속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2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윤 전 대통령 재판은 검찰이 기소한 내란 사건과 조은석 특별검사가 기소한 특수공무집행방해 사건이 별개의 재판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95조 3호의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같은 법 96조가 정한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95조 3호에 따르면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보석 허가가 가능하다. 재판부가 보석 청구를 기각한 것은 증거인멸 염려가 여전히 있다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12차례 재판에 불출석하다 지난달 26일 열린 보석 심문에는 직접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보석을 인용해주시면 아침과 밤에 운동도 조금씩 하고, 당뇨식도 하면서 사법 절차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검은 “비상계엄 관련 사후 문건 폐기 등은 그 자체로 수사 및 재판 방해 목적의 증거인멸”이라며 “여전히 피고인의 지지 세력이 있고, 석방할 경우 그 정치적 영향력이 수사·재판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난 1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났다가, 지난 7월 조은석 특별검사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해 다시 구속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방어권 보장과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은 특검의 요청에 따라 처음으로 중계방송됐다. 재판에 앞서 지귀연 부장판사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알권리를 고려했다”며 중계 허용 이유를 밝혔다.
이날 법정에 나온 박억수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13번 연속으로 재판에 불출했다고 지적하면서 “구인장 발부 등 단호한 조치를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가 방송되기 전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부하들에게 “계엄이 선포되면 따르겠느냐”고 물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여 전 사령관은 당일 낮부터 부대원들에게 “과도한 음주를 지양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부대에 복귀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이경민 전 방첩사 참모장 등 방첩사 간부들이 증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탈환할 수 있을까. 여야가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2년 차에 치러지는 만큼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체제 여당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성격이 짙다.
내년 6월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과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등 공석이 된 국회의원 등을 뽑는 빅이벤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3선 조승래 사무총장과 5선 나경원 의원이 이끄는 지방선거기획단을 꾸리고 선거 전략과 공천 기준 등에 대한 밑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여당은 오세훈 시장의 3연임을 막는 데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4선 박홍근·서영교 의원, 3선 박주민·전현희 의원과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오 시장이 추진하는 주요 사업의 저격수를 자임하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일각에선 명태균 게이트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를 촉구하며 그 파장이 오 시장에 미치는 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다만 유권자 고령화, 부동산 이슈 등이 얽혀 보수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에서 현역 프리미엄이 있는 오 시장에 맞설 적임자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각 충남지사와 강원지사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 차출설이 불거진 이유다. 당 일각에서는 거물급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서울에서 47.13%을 득표해 1위였으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55%)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9.94%)의 득표율 총합에는 못 미쳤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중도·보수층 표심이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의원은 “중도 확장성이 있는 후보가 나서야 또렷한 경쟁 구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내란 종식 프레임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정 대표의 대야 강경 기조가 중도층 표심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지도부에선 이 대통령 지지율이 60%선을 횡보하는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읽힌다. 또 다른 지도부 의원은 “오 시장이 예전처럼 참신한 인물, 대선주자의 이미지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당은 험지로 꼽히는 영남권에도 공들이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3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영남권에서 제일 치열하게 (격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5개 광역단체장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여권은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부산·경남(PK) 득표율이 40%에 육박했던 만큼 반전을 노릴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부산시장 선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최근 연이어 부산을 방문하며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공약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여권 유력 후보로는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꼽힌다. 출마를 선언한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을 비롯해 최인호·박재호 전 의원 등도 거론된다.
이 대통령 득표율이 20%대에 머문 대구·경북(TK) 지역은 국민의힘에 맞설 후보가 가시화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시장 후보군으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언급된다. 여당 지도부 의원은 “TK는 위기상황에서 더 결집되는 경향이 있어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당위원장인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과거엔 인적 풀이 풍부하지 않았지만 지역에서의 당세가 (20여년 전과 비교해) 3배가량 커졌고, 지지 기반도 두터워졌다”고 했다.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에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 지방선거에선 충남·충북·대전 광역단체장 모두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여권에선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4~8%포인트 격차로 충청 지역들에서 1위를 기록한 데에서 확인한 우호적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특히 충남지사 선거는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최근 충남도당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박수현 당 수석대변인, 복기왕 의원, 양승조 전 충남지사 등도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경기지사는 여권에선 이변 없이 사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동연 현 지사를 비롯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의원, 최고위원인 김병주·이언주·한준호 의원, 권칠승·김용민·염태영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경선 통과가 관건인 만큼 지지층에 선명한 메시지를 내려는 당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당선으로 비어 있는 인천 계양을은 상징성을 띠게 된 만큼 주요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여권에선 최근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서 보직 변경한 김남준 대변인의 출마설이 흘러 나오고, 일각에선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거론된다. 야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이 언급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의 첫 평가전이다. 승패에 따라 이재명 정부 임기 중반부 국정동력 확보 여부가 판가름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당은) 잘하는 것보다 잘못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한데, 현재는 (입법 추진 과정 등이) 거칠다. 각종 여론조사에도 나타나듯 경고가 계속 들어오는 것”이라며 “후보를 누구로 내세울지는 부차적인 문제이고 기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에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개(경기·전북·전남·제주·광주 제외)를 확보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14개(대구·경북·제주 제외) 광역단체장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