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골드 연금개혁 논의에서 꾸준히 부상하는 주제가 ‘국고 지원’이다. 우리는 보험료를 더 내는데 국가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가입자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정부 재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이에 지난 3월 국민연금법에 국가의 지급 ‘보장’ 문구가 명시됐고 연금 크레디트도 일부 확대됐다. 앞으로 국고 지원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제는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야 할 때다. 국민연금에서 국고 지원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국민연금에서 국고 목적은 사회적 지원과 적자 지원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적 지원은 출산 크레디트, 군 복무 크레디트, 실업 크레디트 등 연금 크레디트와 저임금 노동자, 저소득 지역가입자, 농어민 가입자를 위한 보험료 지원이다. 적자 지원은 현재까지 누적된, 그리고 이후 발생할 ‘보험료 수입·급여 지출’의 적자분을 국고에서 부담하는 것이다.지금까지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논의에서 가입자 단체들이 요구하는 국고 지원...
“동해 바다의 고기들은 한류와 난류의 교차를 이용하여 저들의 족속을 늘리고 있는데, 어찌하여 뭍의 사람들은 미국과 소련 세력의 교차를 좋게 이용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도리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자아내고 있을까. 사람이 물고기보다 영리하지 못하기 때문일까.”역사학자 김성칠이 1950년 11월21일 서울에서 쓴 일기이다. 그는 1929년, 대구고등보통학교 3학년 때 독립운동 조직을 이끌다 일제 총독부 재판소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던 그는 6·25 시기, 북한의 침공을 받고 한강 다리가 끊어져 피란조차 갈 수 없었던 서울 시민의 한 사람이 됐다. 그는 인민공화국 치하를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일기를 썼다. 안타깝게도 그는 39세의 나이에 괴한의 저격으로 사망했으나 그의 6·25 일기는 1993년 <역사 앞에서>라는 책으로 출간됐다.김 교수가 조선 사람들이 동해 물고기보다 영리하지 못하냐며 안타깝게 호소하던 날로부터 75년...
가끔 산책하러 가는 산길, 절집 외곽에 스님이 돌보는 고양이가 한 마리 살고 있다. 고양이는 경계를 잔뜩 하고서 길손인 나를 쳐다보곤 하는데, 요즘은 다가가도 ‘하악질’을 하지 않는다. 인기 드라마의 ‘학씨’처럼 ‘하악질’ 한번 해보지 못할, 만만한 상대란 걸 고양이도 안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상상력 사전>에 보니, 이 말이 맞나 틀리나 모르겠지만, “한국에 고양이가 처음 들어온 것은 중국에서 불교가 전래될 때의 일이다. 경전을 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함께 들여왔다고 한다”. 절에 사는 쥐와 절에 사는 고양이의 전쟁을 상상해보게 된다.절집 수행승들은 쥐를 노려보는 고양이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궁구하며 공부한다. 때가 되면 그 누구보다 잽싸게 움직이지 평소 어칠비칠 부산하게 움직이고, 무슨 행위를 가져야 ‘있어 보이는’ 다른 집안들과 사뭇 다른 점이요, 귀한 모습이다. 행사가 적은 절집일수록 믿음이 간다. 공부할 시간이 바쁜 것일 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