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차장검사출신변호사 서민금융진흥원이 제공하는 금융상품에서 65세 이상 노년층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2일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서민이 이용하는 ‘근로자햇살론’의 65세 이상 승인율은 2021년 84%에서 올해 8월 62%로 4년여 만에 22%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전 연령대 중 최대 하락 폭이자 최저 승인율이다.
근로자햇살론은 제도권 금융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 근로자에게 11.5% 이하 대출 금리로 최대 2000만원을 빌려주는 상품으로 같은 기간 총 15조8661억원이 공급됐다. 이 중 65세 이상이 받은 금액은 4321억원으로 전체 공급액의 2.7%에 불과했다.
근로자햇살론보다 금리는 높지만 대출 기준이 완화된 ‘햇살론15’의 상황도 비슷했다. 65세 이상 승인율은 같은 기간 98%에서 83%로 15%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신청 건수보다 부결 건수의 증가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신청 건수는 2511건에서 7300건으로 2.9배 증가했으나 부결 건수는 56건에서 1206건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 4년여간 근로자햇살론, 햇살론15, 햇살론뱅크, 최저특례보증, 햇살론유스 등 서민금융진흥원의 주요 5대 상품의 총 지원 규모는 24조2312억원으로 집계됐다. 30대가 6조4121억원(26.5%)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65세 이상은 6886억원(2.8%)에 그쳤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섰지만 서민금융 지원에서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햇살론유스’ 등 청년층 금융 접근성 향상을 위한 상품은 있지만 65세 이상 노년층을 위한 맞춤형 상품은 전무하다고 허영 의원은 지적했다. 허영 의원은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금융안전망은 거꾸로 노년층을 밀어내고 있다”며 “초고령사회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한 개선책을 마련해 정책서민금융의 접근성을 높이고 2금융권 내 안전망도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근로자햇살론 등 상품 신청이나 이용에 연령대별로 차등을 두고 있진 않다. 코로나19로 근로자햇살론 등 신청이 모바일로 바뀌면서 65세 이상 고령층뿐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보증 신청 건이 늘었다”며 “다만 비대면으로 신청하더라도 실제 이용은 직접 금융회사 방문을 통해 실행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대면으로 늘어난 신청 건 대비 공급이 적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규모로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이 과장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성형 AI 도입 이후 직업 구성 변화 속도가 빨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컴퓨터·인터넷이 확산될 때와 비교해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지난 1일(현지시간)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지난 8월까지 33개월간 미국 고용 변화를 1996~2002년 컴퓨터와 인터넷이 사무실에 확산되던 시기의 변화와 비교했다.
연구 결과, 생성형 AI 등장 이후 미국의 직업 구성 변화 속도는 1996~2002년 인터넷 상용화 초기보다 약 1%포인트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진은 AI 확산 이전부터 직업 구성 변화 속도가 이미 빨라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전적으로 AI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에도 인터넷 보급으로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제로 1996~2002년까지 미국의 직업 구성은 7% 바뀌는 데 그쳤다. 연구진은 AI 이후의 일자리 변화는 인터넷 등장 초반과 비교해 급격한 충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학 졸업생의 일자리 변화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20~24세 대학 졸업생과 고령 25~34세 대학 졸업생의 일자리를 분석한 결과, 두 집단 간 일자리 비유사성이 대부분 30~33% 범위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두 집단의 일자리 비유사성은 챗GPT 출시 이전부터 시작됐을 수 있고, 반드시 AI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서 일자리가 줄었다는 근거도 없었다. 연구진은 ‘챗GPT 활용 시 작업 시간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지’로 AI 노출도를 산정했다. 지난 33개월간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 중간인 직종, 낮은 직종의 종사자 비율은 각각 18→18%, 46→45%, 29→29%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연구진은 “AI가 오늘날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안감이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 데이터에 따르면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 전반의 혼란보다는 안정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는 AI가 일자리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분석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보고서는 컴퓨터가 산업 전반에 보편화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듯, AI도 십수년에 걸쳐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일자리를 얼마나 대체할지보다 중요한 건 고용의 질과 분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기술 변화가 낳는 진짜 쟁점은 일자리의 총량이 아니라 질과 분배였다”며 “전자는 기술 낙관론이나 위기론 속에서 부각되곤 했지만, 후자는 언제나 정책과 정치의 문제였고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로 귀결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