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정말 가치중립적일까? 랭던 위너는 ‘기술의 정치성’이라는 논문에서 의미심장한 사례를 소개했다. 1920년대 뉴욕 롱아일랜드의 해변으로 향하는 도로의 다리가 의도적으로 낮게 설계돼, 버스가 통과하지 못하게 만들어졌다. 그 결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들은 해변에 갈 수 없게 됐고, 해변은 자동차를 소유한 부유층만의 공간이 됐다. 겉보기엔 단순한 건축 설계였지만, 실제로는 계층 간 차별을 구조화한 정치적 기술이었던 것이다.이는 기술이 겉으로는 중립적으로 보여도, 그 설계와 적용 과정에서 특정 가치를 반영하고 강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인공지능(AI) 기술도 마찬가지다. AI 알고리즘이 채용 과정에서 소수자를 차별하거나,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특정 정치적 의견을 확산시키는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이는 기술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사회적 가치와 권력관계를 담는 그릇임을 시사한다.이런 맥락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모두의 AI’ 정책은 시의적절하나 더 깊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