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망머니 12월3일 밤, 전화소리에 잠을 깬 뒤 계엄이라는 비현실적 현실을 마주했다. 시민들은 국회로 달려가 장갑차를 막고, 창문을 깨고 난입하는 군인들에 맞서는 등 국회 안에서는 그야말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날 이후 줄곧,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총을 맞고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군사재판에 회부되는 계엄령의 역사가 떠올라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것은 모욕감이었다. 국가가 내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는 감각, 총구 앞에서 우리가 누리던 일상이 가볍게 증발해 버릴 수 있다는 실감이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계엄이 선포됐던 여순사건에서 악명 높던 ‘손가락총’이 떠올랐다. 1948년 10월22일 여수·순천 지역에 계엄이 선포되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반란군’ 협력자 색출이 시작됐다. 군은 시민들을 학교운동장 등에 모은 뒤, 지역 우익인사나 경찰관이 협력자라며 손가락으로 지목한 시민을 끌고 가 즉결처분했다. 근거도 없이 무차별 난사한 손가락총이었다. 손가락이란 생살여탈권 앞에 고개 숙인 채 두...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두 차례 이상 제때 돌려주지 않아 이름이 공개된 ‘악성 임대인’이 1177명(법인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떼어먹은 전세금은 모두 1조9000억원에 달한다.2일 안심전세포털을 보면, 이름과 신상이 공개된 ‘상습 채무 불이행자’는 개인 1128명, 법인 49개사 등 1177명이다.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2023년 12월부터 상습적으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의 이름,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 채무 불이행 기간 등을 공개하고 있다.명단이 공개된 악성 임대인은 1인당 평균 16억1000만원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보증금을 300억원 넘게 돌려주지 않은 악성 임대인만 10명이다. 떼어먹은 보증금 규모가 가장 큰 악성 임대인은 울산 남구에 거주하는 A씨(51)로, 임차보증금 반환채무가 862억원에 달한다. 강원 원주시에 사는 B씨(32)는 보증금 707억원을, 서울 양천구 C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