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원서서점 언제부턴가 ‘식물 국회’ ‘식물 정부’ ‘식물 대통령’이라는 말이 일상용어가 되었다. 인터넷 국어사전은 식물 국회를 ‘움직임이 없고 제 기능을 못하는 국회’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식물 대통령은 ‘움직임이 없고 제 기능을 못하는 대통령’이란 뜻이다. 안타깝게도 식물을 바라보는 우리 관점이 이 용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외국에는 이런 용어가 없는데, 급기야 외신에서 퍼 나르기 시작했다. 식물 국회든 식물 대통령이든 그 속에 숨은 뜻은 의당 부정적이니, 식물에 빚진 나로서는 못마땅한 용어다. 푸성귀 따위로 식물을 인식하면 곤란하다. 지구상의 만물을 살리는 중추 역할을 하는 것이 식물이다. 세계적 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처럼 8개의 헌법 조항까지 만들며 ‘식물의 권리장전’을 주장하지는 못할망정, 우리는 식물을 정치판에 끌어들여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었다. 게다가 식물이란 단어를 앞에 붙여 전부 ‘제 기능을 못한다’라는 의미로 해석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제 기능을 못하는 식물은 어디...
거대한 거미 조각 ‘마망’(Maman·엄마)으로 유명한 루이스 부르주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 이불의 대규모 회고전, 극사실주의 조각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의 아시아 첫 개인전까지. 2025년엔 세계적 거장의 작품 세계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찾아온다.루이즈 부르주아가 물들이는 가을올해 가을은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계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리즈·키아프가 동시에 열리는 이 기간, 미술관과 갤러리들은 한 해 가장 공들인 전시를 이 시기 선보이는데, 국내 대표적 미술관과 갤러리가 모두 부르주아를 선택했다. 호암미술관과 국제갤러리 두 곳에서 부르주아의 개인전이 동시에 열린다.호암미술관은 8월 국내에서 25년 만에 열리는 부르주아의 대규모 개인전을 선보인다. 호암미술관 야외에 설치된 9m 높이의 ‘엄마’(Maman, 1999)와 3m 높이의 작은 ‘엄마’를 비롯해 ‘밀실 XI(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