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달이 둥싯 높이 떠오른다. 훌쩍 달에 건너가면 지구가 저 아래 보일까. 그럴 리가, 어느새 지구가 저 위로 둥글 떠 있다. 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정중히 받들지 않는다면 우주는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골라 마르지 않는 신화를 두레박처럼 퍼올리듯, 저 허공에서 누군가 우리가 만들어내는 말과 막걸리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지 않을까. 갑진년에서 을사년, 두 해의 접면에서 네온사인 같은 네 글자들을 골라 이 시대의 풍속을 점묘해 본다. #맞절하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후 마지막 사고 브리핑에서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정부 관계자들을 앞으로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저희 요구에도 욕도 많이 먹고 고생도 많이 하셨다. 정말 감사하다”면서 허리 숙여 인사했고, 이들도 맞절했다. #우두머리. 어떤 일이나 단체에서 으뜸인 사람이다. 한밤중의 느닷없는 계엄과 함께 뛰쳐나온 단어. 평생 서너 번 만날 말을 지금 포식하고 있다. 세 글자에 만족하지 못하고 네 글자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