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픽 두 장의 식빵 사이에 인절미를 채운 뒤 포개어 노릇하게 굽는다.여기에 콩가루, 꿀, 아몬드 플레이크를 뿌리면 카페 못지않은 ‘인절미 토스트’를 만들 수 있다.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마감을 앞두고 마주하는 텅 빈 워드 파일은 아찔함과 막막함을 느끼게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나만의 필드이기도 하다. 내 머릿속에서 관념으로만 존재하던 생각을 글자와 문단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 지금이야 모든 글을 거의 키보드로 쓰기 때문에 워드라는 프로그램명을 쓰지만, 원래 흔히 쓰이는 관용어구는 ‘○○의 캔버스’다.다재다능한 범용성을 지니고 있어 어떤 창의성이든 불어넣을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를 누군가를 위한 캔버스라고 부른다. 요리사의 영역에서 예시로 들 수 있는 요소는 닭고기다. 염지해서 튀기면 프라이드 치킨, 대파와 함께 푹 고면 닭곰탕, 토막 내 간장 양념에 졸이면 찜닭. 중국에는 간장과 술, 참기름을 한 컵씩 넣어 만든다...
‘마라탕, 옛날통닭, 순대···’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음식 사진에 수사관들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총책 A씨는 자신이 왕처럼 군림하던 이곳 대화방에 음식 사진을 올리며 피해 여성들과 대화를 나눴다. 피해 여성들은 A씨를 여성으로 착각하고 ‘주인님’이라 부르며 따랐다.경찰은 이 방에 올라온 음식 사진과 포장 용기, 바닥에 깔린 장판 등을 단서로 삼아 A씨 행적을 추적했다. 배달음식 포장지와 장판 패턴을 분석하고, 음식점들을 일일이 찾아가 수소문했다. A씨가 올린 산책로 사진에 등장한 나무와 돌담 종류를 파악하려고 조경업체를 찾기도 했다.남양주, 구미, 부산 등 여러 곳을 특정해 찾아갔지만 경찰은 번번이 허탈하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A씨가 올린 건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일상 보고’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된 주소도 전부 피해자들의 주소였다. 조승노 경감은 “작년 내내 음식 사진만 쳐다보고 산 것 같다”면서 “단서가 부족해 못 잡을 것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