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중계 거울 보는 물고기고다 마사노리 지음 | 정나래 옮김 글항아리 | 264쪽 | 1만8000원머리가 나쁘다는 의미를 담은 속된 표현으로 ‘붕어 대가리’라는 말이 있다. 척추동물 중에서도 하등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텐데, 이는 시정되어야 할 편견인 것 같다. 일본 오사카시립대에서 물고기 인지능력 연구팀을 이끄는 동물사회학자 고다 마사노리는 ‘물고기도 인간처럼 자신을 인식한다’는 가설을 세워 이를 과학적으로 논증했다. 2019년의 일이다. 당시 미국 과학지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실려 학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고다의 연구 내용은 이랬다. 농어목의 작은 물고기인 청줄청소놀래기가 있는 수조에 거울을 설치하고 행동을 관찰했다. 이 물고기는 몸에 붙은 기생충을 제거하려는 습성이 있다. 실험팀은 물고기의 턱 아래에 기생충과 비슷한 갈색 표시를 하고 실험을 진행했는데 물고기들이 거울을 통해 자기의 모습을 확인한 뒤 수조 바닥에 몸을 비비며 이를 털어내려는 행동을 ...
[주간경향] “피고인은 무죄.” 이 말을 듣기까지 25년이 걸렸다. 2000년 3월 수면제 탄 술을 먹여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던 김신혜씨(48) 이야기다. 지난 1월 6일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형사1부(박현수·강지성·변이섭)는 재심에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경찰이 위법하고 강압적인 수사를 했다고 인정했다. 또 김씨가 한 자백은 수사기관과 주변인들의 회유와 압박에서 나와 증거로 쓸 수 없고, 다른 증거에 의해 범죄가 증명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번 재판의 결과는 오늘날의 수사·재판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49쪽 분량의 재심 무죄 판결문을 상세히 살펴봤다.“친척들 추궁·동생 보호 때문에 자백”사건은 2000년 3월 7일 일어났다. 이날 오전 5시 50분쯤 전남 완도군의 한 버스정류장 앞에서 A씨(당시 52세)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의 딸인 김씨를 체포했다. 이후 김씨는 존속살해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