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를 배운 지 6개월이 흘렀다. 강사님이 학원 원생들과 봄에 소극장 발표회를 열 거란 계획을 전했다. 나는 겨우 두 곡 진도를 나간 참이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강사님이 말했다.“당신 두 곡 준비됐잖아요. 무대 올릴 거예요.”날벼락이었다.“제가요? 왜요? 정말요?”점점 목소리도, 내 눈도 커졌다. 강사님은 당연한 걸 묻는다는 말투로 춤을 배웠으니 당연히 무대에 서는 게 뭐 그리 놀랄 일이냐고 되물었다. 나는 한발 빼며 자신 없다고 사양했다. 속으로는 재밌을 것 같다고 여기며 숫기 없는 학생을 연기했다.“그런 얼굴로 마음에 없는 소리 할래요? 80석이니까 관객이나 모아봐요. 표는 무료로 뿌릴 테니 소극장 대관비나 보태요.”강사님은 관객석이 채워지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했다. 나는 30석은 내 손님이 올 거니 제일 좋은 자리를 내놓으라고 닦달했다.80석 소극장 무대에손은 차갑고 무릎은 ‘달달’관객석엔 내가 ...
“이런 날마다 매출은 전멸이야. 전멸.”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하는 김순례씨(63)가 말했다. 그의 시선은 시장 정문을 향하고 있었다. 이날 시장 부근에서는 서울하프마라톤(주최 조선일보,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체육회)이 열렸다. 김씨의 시선을 따라간 시장 정문 앞 도로에는 하얀 철제 통제선 너머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만 짧은 반바지를 입은 채 달리고 있었다. 도로를 지나는 차량도, 시장으로 들어오는 고객도 없었다.화창한 봄날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마라톤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차가 사라진 도로를 질주하는 참여자와 주최 측은 환호하지만, 주변 상인들은 울상이다. 27일 기자가 만난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은 “서울하프마라톤 행사로 당장 일대 교통이 마비돼 매출이 3분의 1가량 줄었다”고 했다.실제로 27일 시장 안은 적막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 동안 시장 안에서 만난 일반 시민은 열 명 남짓이었다. 시장...
필로폰을 판매하려다 적발된 마약 판매상이 경찰의 불법 함정수사에 걸려든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청주지법 형사5단독 강건우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법상 향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A씨는 지난해 9월 19일 오전 9시 30분쯤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필로폰 90g을 1350만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A씨는 구매자로 현장에 나온 B씨를 만났다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필로폰 90g은 약 3000회분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경찰은 앞서 별개의 마약 사건으로 붙잡은 B씨에게 “A씨한테 필로폰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는 B씨를 앞세워 현장을 덮쳤다. B씨는 이보다 앞선 날에도 A씨로부터 필로폰을 구매했다며 해당 필로폰을 임의제출 했다. A씨가 검거된 당일을 두 번째 거래일로 잡는 과정을 논의하는 등의 과정에서 경찰에 조력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A씨는 경찰이 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