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유행 패션’이 거리를 채우고, 신상품을 내놓기 무섭게 불티나게 팔린 시절이 있었다. 당시 여성들이 선망하는 브랜드의 디자이너였던 박민지씨는 가장 치열한 패션 최전선에서 매주 새 옷을 만들어 매장 매니저, 브랜드 MD, 임원 등의 품평을 받는 ‘컨벤션’을 치렀다. 쉽게 말해 샘플 의상의 데뷔 오디션이다. “소매 볼륨이 어색해요” “저 컬러가 싫어요”… 탈락률에 따라 인사고과가 매겨지는 냉혹한 심사를 십수 년간 견뎌냈다.상상만 해도 스트레스로 목덜미가 뻣뻣해지는데, 그는 “제 브랜드 론칭을 해보니 그때의 긴장은 아무것도 아니더라”고 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쌓일 때도, 내 자식 같은 브랜드의 존폐 부담감에 휘둘릴 때도, 박씨는 주말마다 요리를 했다.지난달 30일 오후 “가장 사적인 공간이자, 작업 중간중간 생각을 정리하고 흐름을 다잡는 데 큰 역할을 해준 곳”이라고 소개한 그의 부엌을 찾았다. 현관문을 연 집주인은 서둘러 에스프레소를 내려 아이스커피를 ...